서브텍스트(Subtext)
대사나 행동, 묘사의 겉면 아래에 숨은 속뜻이에요.
마지막 업데이트서브텍스트는 대놓고 말하지 않으면서 전해지는 모든 것이에요. 말 밑에 깔린 뜻, 예의 바른 대화 뒤에 흐르는 긴장, 인물이 끝내 이름 붙이지 않는 감정이죠. 실제 삶에서 사람들은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말하는 일이 드물어요. 그래서 이런 에두름을 담아낸 소설은 모든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는 소설보다 더 진짜 같고 여러 겹으로 읽혀요. 장면이 겉으로 벌어지는 일 이상의 의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 서브텍스트예요.
해럴드 핀터의 희곡은 흔히 "위협의 희극"이라고 불려요. 대사보다 그 밑에 흐르는 서브텍스트가 훨씬 위협적이기 때문이에요. 가즈오 이시구로는 『남아 있는 나날』이라는 소설 한 권을 통째로 서브텍스트 위에 세워요. 집사 스티븐스는 켄턴 양을 향한 사랑을 한 번도 인정하지 않지만, 독자는 꾹꾹 눌러 담은 둘 사이의 모든 순간에서 그 마음을 읽어 내요.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널 끊는 법을 알았으면 좋겠어"라는 대사가 그토록 아픈 것도, 이야기 전체에 깔린 서브텍스트가 그 고백의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만큼 키워 놓았기 때문이에요.
서브텍스트를 쓰려면 독자를 믿어야 해요. 인물이 화가 났다고 해서 "나 화났어"라고 말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굳은 미소를 지으며 화제를 돌리게 하면 돼요. 말한 것과 뜻한 것 사이의 틈이 극적인 풍성함을 만들어요. 서브텍스트를 연습하려면, 두 인물이 날씨처럼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밑으로는 아주 개인적인 무언가를 주고받는 장면을 써 보세요. 독자는 두 대화를 동시에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