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집

역설(Paradox)

겉으로는 스스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더 깊은 진실을 드러내는 진술이나 상황이에요.

마지막 업데이트

역설은 겉으로는 스스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더 깊고 복잡한 진실을 드러내는 진술이나 상황이에요. 형용모순이 모순을 짧은 구절에 압축한다면, 역설은 그 모순을 독자의 통념을 흔드는 명제나 상황으로 펼쳐 놓아요. 역설은 지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사람을 자극해요. 쉽게 풀리지 않는 생각과 씨름하게 만들어, 현실과 인간 행동과 의미의 본질을 섬세하게 생각할 자리를 열어 주거든요.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 나오는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도 우리에게 익숙한 역설이에요.

오스카 와일드는 역설의 대가로, 희곡과 에세이를 "나는 유혹만 빼고 무엇이든 견딜 수 있다", "유혹을 떨쳐 내는 유일한 방법은 유혹에 굴복하는 것이다" 같은 문장으로 채웠어요. 조지프 헬러는 『캐치-22』라는 소설 한 권을 통째로 역설 위에 세웠어요. 미친 병사는 비행 임무에서 빠질 수 있지만, 빠지게 해 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제정신이라는 게 증명되니 결코 빠질 수 없죠. 이 역설은 관료 조직과 군대 논리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은유가 돼요. 선불교에서는 "한 손으로 치는 손뼉 소리는 무엇인가?" 같은 공안이 이성적 사고를 넘어서기 위한 도구로 역설을 써요.

창작에서 역설이 값진 건 인간 경험의 진짜 모순을 그대로 비추기 때문이에요. 사람은 용감하면서 겁이 많고, 너그러우면서 이기적이고, 확신에 차 있으면서 혼란스러워해요. 역설을 품은 인물은 지나치게 한결같은 인물보다 더 진짜처럼 느껴져요. 글에 역설을 쓸 때는 지적인 장식에 그치지 말고 이야기의 주제를 위해 일하게 하세요. 가장 효과적인 문학적 역설은 모순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인간 조건의 진실을 비춰 줘요. 결국 무언가를 밝혀 주지 못하고 혼란만 남기는 역설이라면, 그 복잡함은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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