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메디아스 레스(In Medias Res)
시간 순서상의 처음이 아니라 사건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여는 기법이에요.
마지막 업데이트인 메디아스 레스는 라틴어로 "일의 한가운데로"라는 뜻이에요. 시간 순서상의 출발점이 아니라 사건이 한창 벌어지는 한복판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기법이죠. 독자를 곧장 긴장과 갈등 속으로 던져 넣어 첫 줄부터 붙잡아요. 맥락과 백스토리는 나중에 회상이나 대사, 설명으로 채워 넣어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전쟁 10년째에서 막을 올려요. 〈브레이킹 배드〉는 월터 화이트가 속옷 차림으로 사막에서 총을 든 채 서 있는 모습으로 시작하는데, 이 장면은 첫 화의 시간 순서로 보면 한참 뒤의 일이에요. 두 작품 모두 강렬한 장면으로 문을 열고, 관객이 알아서 따라오리라 믿기 때문에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아요.
인 메디아스 레스가 효과적인 건 독자의 호기심을 파고들기 때문이에요. 원인보다 결과를 먼저 보여 주면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는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이 독자를 계속 읽게 만들어요. 다만 첫 장면에서 "진짜" 시작으로 넘어가는 대목을 세심하게 다뤄야 해요. 서툴게 쓰면 잔재주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특히 첫 장면이 이야기의 핵심 갈등과 진짜로 이어져 있지 않을 때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