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Chapter)
관련된 장면을 묶고, 전개 속도를 조절하고, 자연스럽게 읽기를 쉬어 갈 자리를 만드는 책의 큰 단위예요.
마지막 업데이트장(章)은 서로 관련된 장면 하나 이상을 하나의 독립된 읽기 단위로 묶는 책의 구조 단위예요. 시간과 장소의 논리로 정해지는 장면과 달리, 장은 전개 속도와 강조, 독자의 경험을 두고 작가가 내리는 전략적 판단으로 정해져요. 장이 바뀐다는 것은 독자에게 보내는 신호예요. 여기서 잠깐 멈추고, 읽은 것을 받아들이고, 다음에 올 것을 준비하라는 거지요. 작가가 이 신호를 어디에 두고 그 앞뒤에 무엇을 놓느냐는 서사를 설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 가운데 하나예요.
장 길이의 관례는 장르마다 크게 달라요. 제임스 패터슨의 스릴러는 한 장이 두세 쪽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쉴 틈 없이 빠져드는 속도감을 만들어요. 도나 타트나 한야 야나기하라 같은 작가의 순문학 소설에는 50쪽이 넘는 장도 있어서, 독자를 긴 감정의 경험 속에 푹 잠기게 해요. 장에 번호만 붙이는 작가도 있고, 찰스 디킨스나 존 어빙처럼 내용을 예고하거나 비꼬거나 주제를 드러내는 제목을 붙이는 작가도 있어요. 번호를 붙일지 제목을 붙일지 정하는 것부터가 독자가 글을 대하는 태도를 빚는 분위기의 선택이에요.
장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결정은 어떻게 끝낼지예요. 긴장이 풀리지 않은 순간에 닫히는 클리프행어 결말은 자이가르닉 효과를 이용해, 잘 시간이 지나도 독자가 책장을 넘기게 만들어요. 한 매듭을 짓고 닫히는 결말은 독자에게 흡족하게 책을 덮어도 된다는 허락을 주면서,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을 남겨요. 두 전략을 번갈아 쓰면 리듬이 생기고 독자가 지치지 않아요. 퇴고할 때는 각 장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특히 공들여 살피세요. 원고에서 독자의 눈길이 가장 많이 머무는 노른자 땅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