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집

자유시(Free Verse)

규칙적인 율격이나 각운, 정해진 구조의 틀 없이 쓴 시예요.

마지막 업데이트

자유시는 전통적인 율격과 각운, 정해진 연의 형식이라는 제약에서 풀려난 시예요. 미리 정해 둔 리듬 패턴이나 행 끝 각운을 따르지 않고, 말의 자연스러운 가락, 지면 위 시행의 배치, 단어들 사이의 소리 관계에서 음악을 길어 올려요. 이름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자유시는 형식이 없는 게 아니라 스스로 형식을 만들어 내는 시예요. 시마다 자기 내용에 가장 잘 맞는 구조를 찾아내죠. 행갈이, 여백, 리듬, 반복, 문장 구조가 모두 자유시 시인의 구조 도구가 돼요. 우리 문학에서는 흔히 주요한의 〈불놀이〉(1919)를 최초의 근대 자유시로 꼽아요.

월트 휘트먼은 영어 자유시의 아버지로 널리 인정받아요. 길게 굽이치는 시행과 미국인의 삶을 줄줄이 늘어놓는 목록으로 이루어진 『풀잎』은 당대의 율격 전통과 단호하게 결별하며 그 뒤에 올 모든 시에 문을 열어 주었어요. T. S. 엘리엇의 〈황무지〉는 자유시로 조각나고 여러 목소리가 뒤섞인 구조를 만들어, 근대의 환멸을 그대로 비춰요. 그 뒤로 앨런 긴즈버그는 〈울부짖음〉에서 자유시의 넓은 품을 예언자 같은 절박함에 썼고, 메리 올리버는 겉보기에 소박한 자유시로 자연 세계를 정밀하고 영적인 깊이로 탐구했어요. 오늘날 영어권 시의 주류는 자유시지만, 정형시도 때때로 다시 살아나곤 해요.

자유시를 잘 쓰기는 정형시보다 어쩌면 더 어려워요. 율격과 각운이 음악을 저절로 만들어 주리라 기댈 수 없으니까요. 행갈이 하나하나가 의도된 선택이어야 해요. 구절 한가운데서 행을 끊으면 행 걸침과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생기고, 자연스러운 쉼에서 끊으면 강조와 매듭이 생겨요. 자유시를 소리 내어 읽으며 그 리듬에 귀 기울이세요. 정해진 율격이 없어도 좋은 자유시에는 아무렇게나가 아니라 의도된 것으로 느껴지는 가락이 있어요. 뛰어난 자유시 시인들이 반복과 대구, 시행 길이의 변화로 어떻게 구조를 만드는지 공부해 보세요. 자유시의 자유는 대충 써도 된다는 허락이 아니라, 시마다 꼭 필요한 바로 그 형식을 새로 지어 보라는 초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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